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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에릭슨: 해안선
학고재에서 연 첫 개인전은 산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풍경의 층이 겹겹이 쌓인 화면으로서의 산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시작점은 DMZ였다. 이는 예술과 회화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다. 소유권이 없으며, 스스로 자라나는 영토로서다. 얼마 후 DMZ가 내게는 너무나 정치적인 매개임을 깨달았다. 회화가 주제에 가려질까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여러 검색 끝에 내 생각은 한국해안에 가 닿았다. 특히 동해에 말이다.
나에게 있어 회화란 물질성에 관한 것이다. 전제 조건은 두 가지 물질의 만남이다. 예를 들면 물과 돌, 모래와 나무, 이끼와 하늘 등이다. <해안선> 연작에서 나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그 만남의 지점에 도달한다. 전시에 선보이는 다수의 드로잉을 격리 중에 제작했다. 이들 없이는 새로운 회화
또한 시작되지 않았을 터다.
안드레아스 에릭슨 · 2022년 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