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금상경(衣錦尙絅)은 “비단옷 위에 삼(麻)옷을 걸치셨네.”라는 뜻을 지닌 2,600년 전의 고대어이다. 『중용(中庸)』의 33장에서 한 차례, 『시경(詩經)』에서 두 차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위풍(衛風)’ ‘석인(碩人, 높으신 님)’의 뜻을 취했다. 이 시는 춘추시대 위(衛)나라 임금에게 시집가는 제(齊)나라 귀족여성 장강(莊姜, ?-B.C. 690)의 덕성을 칭찬하며 위나라 백성들이 지었다.
키가 크고 늘씬하며 가녀리고 새하얗고 아름다운 귀족 여성이 국혼 행사에서 능라금단(綾羅錦緞)의 비단옷 위에 삼옷을 걸친 것은, 예(禮)를 다하면서도 백성들의 눈을 어지럽히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화려한 형식을 감추고 내면의 빛을 살며시 드러내는 것은 동아시아 사람들의 원초적 미의식이다. 이 미의식은 장구한 세월을 거쳐 우리에게 내려오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에서 화려한 형식과 포장을 꺼리고 내면의 단아한 빛을 드러낸 15명 작가 세계의 내면을 함께 감상하고자 한다. 포조(鮑照, 385-433)라는 시인은 “처음 싹을 돋은 부용꽃과 같아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初發芙蓉, 自然可愛).”라고 말했는데, 우리의 미의식은 바로 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