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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배 ㅣ 소소, 반색
학고재는 2026년 8월 12일(수)부터 9월 12일(토)까지 강요배(1952-)의 개인전 《소소, 반색》을 연다. 학고재에서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작고 미미한 존재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그곳의 자연과 역사를 삶의 토대로 삼아온 강요배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중심에서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불합리한 사회적 현실을 화폭에 담아 온 작가다. 그의 작업 세계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자연에 대한 깊은 관찰과 경외심이다. 이번 전시는 그 장엄한 시선을 내면으로 옮겨, 사소하고 내밀한 풍경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강요배의 회화는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거나 묘사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에게 자연은 그려야 할 소재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삶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온 터전이다. 오랫동안 제주를 삶과 작업의 중심에 두고, 계절의 순환을 몸으로 직접 겪어 왔다. 그의 풍경은 특정한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살아 숨 쉬는 생생한 '의경(意景)'이다. 눈앞에 펼쳐진 형상보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의 결을 화폭에 담아왔다. 이러한 태도는 제주 4·3을 비롯한 역사 연작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다. 강요배에게 풍경은 비극을 극적으로 연출하는 무대가 아니다. 수많은 기억과 긴 세월을 품은 정직한 증언이다. 그는 거창한 담론이나 ‘민중미술’이라는 수식어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풍경 속에 삶을 새긴다. 이번 전시는 이 시선이 우리 곁에 미시적인 존재들로 자연스럽게 향한 결과이다. 넓은 시야에서 조망하던 그의 화면은 한 그루의 나무와 떨어지는 열매 한 알, 곁을 스쳐가는 길고양이처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 앞에 머문다. 이는 어떠한 심경의 변화나 극적인 계기에 따른 전환이 아니다. 처음부터 품어온 세계를 더욱 가까이, 세밀하게 바라보게 된 것이다. 작고 미미한 생명 또한 대자연과 동일한 질서 속에 놓여 있음을 오래도록 체감해 온 시선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된 존재가 아닌, 서로 얽혀 있는 관계로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강요배의 회화 역시 자연을 인간이 바라보는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 함께 상생하는 존재로 읽힌다. 그렇다고 이를 철학적 개념이나 이론으로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함으로써 관찰자의 거리를 지우고, 하나의 생명임을 느끼게 한다. 기후위기와 생태적 변화 때문에 재난과 불안이 반복되는 오늘날, 《소소, 반색》은 현실을 직접적으로 고발하거나 특정한 메시지를 앞세우지 않는다. 삶을 이루는 근원적인 관계와 공존의 감각을 되새기게 할 뿐이다. 강요배가 건네는 '반색'은 낯선 세계를 향한 감탄이 아니다.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었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존재들을 새롭게 맞이하는 태도에 가깝다.
강요배
No.1
창파(滄波)

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

197x333cm

강요배
No.2
영등바람

2026

캔버스에 아크릴릭

194x259cm

강요배
No.3
남으로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94x259cm

강요배
No.4
대서(大暑)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0.3cm

강요배
No.5
소서(小暑)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0.3cm

강요배
No.6
목련꽃 그늘 아래서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x162cm

강요배
No.7
동새벽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112x162cm

강요배
No.8
녹음(綠陰)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0.3cm

강요배
No.9
나무 I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x130.3cm

강요배
No.10
나무 II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x130.3cm

강요배
No.11
나무 III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x130.3cm

강요배
No.12
해바라기-쿠르스크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0.3cm

강요배
No.13
열매 한 알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x130.3cm

강요배
No.14
청로(靑老)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45.5x112cm

강요배
No.15
은은경(隱隱境)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45.5x112cm

강요배
No.16
우련(雨蓮)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45.5x112cm

강요배
No.17
혹등아귀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7x91cm

강요배
No.18
무청(䉑菁)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7x91cm

강요배
No.19
일양(一陽)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7x91cm

강요배
No.20
산책길-건양(建陽)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91x116.7cm

강요배
No.21
다경(多慶)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7x91cm

강요배
No.22
범부채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20x60cm

강요배
No.23
비양도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7x91cm

강요배
No.24
파란 나팔꽃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7x91cm

강요배
No.25
돌배나무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116.7x91cm

강요배
No.26
똘배들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40.2x95cm

강요배
No.27
높은 등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91x72.7cm

강요배
No.28
돌아보기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72.7x60.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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