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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채, 류훈 | 공(空) - 존
학고재는 7월 9일(수)부터 8월 9일(토)까지 류경채(b.1920-1995, 황해도 해주), 류훈(b.1954-2014, 서울) 2인전 《공(空) - 존》을 연다. 류경채 작가의 추상 회화 15여 점과 류훈 작가의 조각 작품 24여 점이 출품된다. 두 작가는 부자(父子) 관계이지만, 작업은 단순한 혈연을 넘어선다.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서 구축한 조형 언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감각과 현실을 반영했다. 이번 전시는 그 미묘한 차이 속에서 어떻게 공명과 교차가 이루어지는지를 조명한다.
예술은 시대의 흔적을 품고, 작가는 그 시대를 관통하는 존재로서 질문을 던진다. 이 전시는 서로 다른 시간과 환경 속에서 예술적 사유를 확장해온 두 작가, 류경채와 류훈의 조형 언어를 통해 ‘존재’라는 보편적이면서 심연적인 주제를 가로지른다.
류경채는 해방 이후 한국 현대 미술의 태동기에 등장하여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를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풍경의 묘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동양적 자연관에 기반한 생성과 소멸, 순환의 질서를 담고 있다.
반면 류훈은 보다 실험적이고 해체적인 조형 언어로 존재의 복합성과 심연을 파고들었다. 그는 고전적 조각의 핵심인 인체를 해체하고, 기하학적 형태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두 작가는 부자(父子) 관계이지만, 작업은 단순한 혈연을 넘어선다.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서 구축한 조형 언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감각과 현실을 반영했다.
이번 전시는 상반된 사유와 조형의 언어를 병치한다. 시대와 세대, 형식과 철학, 질서와 균열 사이의 다층적 관계를 재구성한다. 전시 제목의 ‘공(空)’은 단순한 비움을 넘어선다. 모든 생성의 가능성이 출발하는 자리를 의미하며, ‘존’은 그 비움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의 흔적이자 현재성의 무게를 상징한다. 류경채의 평면과 조각, 류훈의 입체와 구조물은 ‘공’의 공간 속에서 서로를 비추고 감싸 안는다. 시간과 기억, 육체와 영혼, 질서와 균열 사이에서 두 작가는 조형적 대화를 이어나간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존재란 무엇인가?’ 라는 동일한 질문을 서로 다른 감각과 언어로 밀어붙였다는 데 있다. 조형 언어의 방향은 다르지만, 두 작가는 형상 너머의 공백을 응시한다. 그 끝에는 모두 ‘살아 있음’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공(空) - 존》은 단절이 아니라 변형된 계승이다. 세월의 밀도와 삶의 흔적이 응축되어 있다. 침묵 속의 대화이고, 비움 속의 충만함이다. 궤적을 따라가며 예술이 어떻게 시간과 세대를 관통해 계승되고 변주되는지를 체험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