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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l 투명한 고리
학고재는 11월 19일(수)부터 12월 20일(토)까지 유리(b. 1994)의 개인전 《투명한 고리》를 연다.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다. 회화와 오브제 설치를 포함한 약 52여 점의 신작을 통해 작가가 최근 집중해온 사유의 구조와 감각의 결을 응축적으로 드러낸다. 유리는 오랜 기간 ‘연결성(connectivity)’을 핵심 주제로 삼아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 언어와 시각언어, 회화와 매체, 그림과 종이, 내부와 외부, 자아와 타자라는 서로 다른 층위들 사이에서 의미가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경계의 해체’보다 ‘관계의 구성’에 더욱 가깝다. 작가는 이를 시각적 언어로 구체화하며, 추상적 개념인 ‘연결성’을 형상화된 사유의 장으로 확장한다. 우리가 감각하고 경험하는 현실의 결은 언제나 말로는 포착되지 않는 지점에서 흐른다. 규정되지 못한 여백의 영역, 그 틈 속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는 문장’을 읽어낸다. 유리는 이 여백을 지엽적이거나 부수적인 부분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언어와 시각언어 사이의 공유될 수 없는 감각에 매혹되어, 언어로는 결코 환원될 수 없는 지점을 작업의 근원으로 삼아왔다. 회화와 아티스트북은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다. 언어가 해체되고 다시 구성되는 실험의 장이다. 이미지와 개념, 물질과 사유는 그 안에서 서로 얽히고 교차하며, 표현과 의미의 경계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작가는 이 흔들림, 즉 언어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감각의 여백을 탐구한다. 언어의 결핍 속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든다. 회화는 언어의 경계 밖에서 작동하는 또 하나의 언어이다. 그것은 문장으로 구성되지 않으며, 발화되지도 않는다. 유리의 회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들이 얽혀 만들어낸 문장이다. 읽을 수 없는 시이며, 해석할 수 없는 소설이다. 작가는 스스로를 ‘언어와 시각언어’, ‘회화와 매체’, ‘그림과 종이’, ‘내부와 외부’, ‘자아와 타자’ 등 서로 다른 층위를 연결하는 존재로 단정한다. 이때 ‘연결성’은 그의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적 개념이다. 물리적 구조의 관계를 넘어, 비가시적이며 정서적인 차원의 연동을 의미한다. 실체가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관계의 증거이며, 존재와 존재를 이어주는 미세한 진동이다. 이번 전시 《투명한 고리》는 크게 두 개의 사유 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첫째, 존재와 부재의 연속성에 대한 탐구다. 장례식장의 초와 생일 케이크 초, 근조 리본과 선물 상자 리본처럼, 서로 상반된 의미를 지닌 사물들이 유사한 형태를 띤다는 사실에서 작가는 중요한 통찰을 얻는다. 동일한 형태가 전혀 다른 감정의 층위를 품을 수 있다는 점, 그 미묘한 전환이 바로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작가는 이러한 상징적 전환의 순간을 포착해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분리된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반사하며 이어지는 순환적 시간임을 드러낸다. 이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상실과 애도를 사유하는 하나의 윤리적 방법론이다. 그의 회화는 부재를 기록하는 동시에, 사라진 것을 다시 연결하는 위로의 제의로 기능한다. 둘째, 서로 다른 존재 간의 다양한 연결 구조에 대한 탐색이다. 작업에서 ‘투명한 고리’는 단단한 고리가 아니다. 끊어지지 않은 채 유동적으로 흐르는 관계의 상징이다. 개인의 내면과 외부 세계, 감각과 사유, 개인과 사회를 잇는 다층적 구조로 확장된다. 작가는 교차하고 순환하는 삶의 흔적 속에서 우리를 감싸는 투명한 관계망을 그려낸다. 감각적으로는 인지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이 흐름을 ‘회화’와 ‘책’이라는 두 매체를 통해 가시화한다. 그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행위가 아니다. 감지할 수 없는 것을 감각으로 번역하는 실천이다. 회화의 표면은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고 스며드는 장소이며, 그 흔적은 색과 질감의 층위로 남는다. 유리는 ‘연결’의 원형적 의미를 되짚으며, 모든 관계의 근원은 ‘부재에서 비롯된 이어짐’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회화는 언어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리듬을 붙잡으며, 그 미세한 떨림 속에서 존재가 서로를 감지하고 이어지는 새로운 질서를 드러낸다. 매 순간 생성되고, 소멸하며, 다시 이어지는 관계의 장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투명한 고리》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관계의 결을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이자, 언어 이전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탐구하는 결과물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교차하고 스며드는 하나의 ‘투명한 고리’로서 조용한 울림으로 우리 곁에 머문다.
유리
No.1
결국 끝맺음이 결여된 모양으로

2025

캔버스에 유채와 콘테

181.8x259.1cm

유리
No.2
끝과 끝을 물고 이어지는 시간의 모양은

2025

캔버스에 유채와 콘테

181.8x259.1cm

유리
No.3
투명한 고리

2025

캔버스에 유채와 콘테

227.3x181.8cm

유리
No.4
끊임없이 차오르고 계속해서 비워지는 것들

2025

캔버스에 유채와 콘테

227.3x181.8cm

유리
No.5
멀고 검은 자국

2024

캔버스에 유채, 색연필, 콘테

181.8x181.8cm

유리
No.6
기억을 태우고 마음을 묶어내는 것

2025

캔버스에 유채와 콘테

181.8x181.8cm

유리
No.7
내부와 외부를 연결짓는 방법 1

2025

캔버스에 유채

193.9x97cm

유리
No.8
내부와 외부를 연결짓는 방법 2

2025

캔버스에 유채

193.9x97cm

유리
No.9
내부와 외부를 연결짓는 방법 3

2025

캔버스에 유채

193.9x97cm

유리
No.10
느슨하고 필연적인 관계의 모양들

2025

캔버스에 유채

162.2x112.1cm

유리
No.11
눈을 뜨는 행위의 의미

2025

캔버스에 유채

112.1x162.2cm

유리
No.12
태양도 그림자를 가질 수 있는가?

2025

캔버스에 유채

91x91cm

유리
No.13
달과 바다의 사이

2025

캔버스에 유채, 콘테

72.7x72.7cm

유리
No.14
하나가 아닐지도 모르는 것

2025

캔버스에 유채

53x65.1cm

유리
No.15
추상적인 몸이 실재성을 획득하는 과정

2025

라왕 나무, 스테인레스, 벨벳리본, 거즈, 실크천, 투명 레진, 실, 아크릴

98x58x140cm

유리
No.16
잔존하는 것들을 뭉쳐 만든 슬픔

2025

투명 레진, 시든 꽃, 종이드로잉, 외할머니의 목걸이에서 나온 구슬, 아크릴

16x4.5x24cm

유리
No.17
상실의 가능성과 영원의 염원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투명 레진, 빨간 실, 아크릴 물감, 실크천

42x22x30.5cm

유리
No.18
새의 자국

2025

나무패널에 유채

27.3x22cm

유리
No.19
긴 꼬리 책

2023-2025

종이에 유채, 벨벳 리본, 투명 레진, 실크천, 아크릴, 고리

45x25x3cm

유리
No.20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1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21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2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22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3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23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4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24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5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25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6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26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7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27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8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28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9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29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10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30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11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31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12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32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13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33
긴 꼬리 책 : 떨어져 나온 문장 14

2025

캔버스에 유채

40.9x31.8cm

유리
No.34
무거운 언어들의 책 #1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35
무거운 언어들의 책 #2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36
무거운 언어들의 책 #3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37
무거운 언어들의 책 #4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38
무거운 언어들의 책 #5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우레탄 레진

20.5x5x30.5cm

유리
No.39
무거운 언어들의 책 #6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40
무거운 언어들의 책 #7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41
무거운 언어들의 책 #8

2025

우레탄 레진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철사, 석고붕대

20.5x5x30.5cm

유리
No.42
무거운 언어들의 책 #9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43
무거운 언어들의 책 #10

2025

우레탄 레진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44
무거운 언어들의 책 #11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45
무거운 언어들의 책 #12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46
무거운 언어들의 책 #13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우레탄 레진

20.5x5x30.5cm

유리
No.47
무거운 언어들의 책 #14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우레탄 레진

20.5x5x30.5cm

유리
No.48
무거운 언어들의 책 #15

2025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49
무거운 언어들의 책 #16

2023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50
무거운 언어들의 책 #17

2023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51
무거운 언어들의 책 #18

2024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유리
No.52
무거운 언어들의 책 #19

2024

나무블럭에 조각 후 아크릴, 유채

20.5x5x3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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